출생 의례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CIS  
시대 현대/현대
상세정보
정의

CIS 고려인 사이에 전해오는 출산 전부터 출산 후까지 육아와 관련하여 행하는 의례.

개설

출생 의례는 고려인 사이에서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어 고려인의 민족 정체성을 부각하는 기제다. 소비에트연방이나 러시아 연방은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 대부분 병원에서 출산한다. 출산 전 몇 가지 금기 사항이 있으며 태아의 성별을 점치는 풍습도 있다. 백일잔치는 하지 않고 돌잔치 ‘아샨지’는 여전히 성대하게 치른다. 돌잔치는 출생 의례 가운데서도 한국의 전통이 가장 잘 남아 있는 의례이다. 하지만 오늘날 고려인 3세대나 4세대는 출생 의례를 모르거나 알아도 굳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출산 전 금기 사항, 출산 후 금줄을 치는 풍습 등은 거의 사라졌으며 돌잔치 때 행하는 돌잡이 행사의 내용도 일정 부분 변하였다.

출산 전 의례

출산 전 임산부가 지켜야 할 몇 가지 금기 사항이 있다. 임산부는 못생긴 아이를 낳는다는 터부로 생김이 이상한 과일은 먹지 않고, 아이가 단명한다는 터부로 머리를 깎지 않으며, 태아에게 부정이 낀다는 터부로 개장국은 먹지 않는다. 또 아이의 성별을 가리기 위해 점을 치기도 한다. 임산부가 손을 내밀 때 손바닥을 보이면 딸을, 손등을 보이면서 아들을 낳는다고 한다. 방석 두 개를 놓고 그 밑에 각각 가위와 칼을 놓아두는데 가위가 깔린 방석 위에 앉으면 딸을, 칼이 깔린 방석 위에 앉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한다. 이름을 부를 때 왼쪽을 돌아보면 아들, 오른쪽을 돌아보면 딸을 낳는다고 한다. 임산부의 배 모습을 보고 태아의 성별을 추측하기도 하는데 배가 동그랗고 예쁘면 딸이고 찌그러졌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한다. 해산 때 산모는 한국 전통 방식대로 미역국을 먹기도 하지만, 미역은 원동에서 공급되기 때문에 가격이 무척 비싸 거의 먹을 수가 없다. 대신 시래깃국이나 삶은 닭을 먹는다. 고려인 3세대나 4세대는 이러한 산전 의례를 모르거나 알아도 굳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탄생 의례

아들을 낳으면 삼칠일 금줄을 치며, 딸을 낳으면 일칠일 금줄을 치는데 오늘날에는 금줄을 모르는 고려인이 많으며 거의 잊힌 풍습이다. 40일 이전에는 갓난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지 않는 우즈베크인의 풍습에 영향을 받아 고려인에게도 40일 이전에는 갓난아이를 보여 주지 않는 풍습이 있다. 백일잔치는 하지 않고 돌잔치는 여전히 성대하게 치른다.

돌잔치 ‘아샨지’

돌잔치는 출생 의례 가운데서도 한국 전통이 가장 잘 남아 있는 의례이다. 과거에는 돌잔치 때 아이에게 서양 의복을 입혔으나 요즘은 한복을 입히는 것이 유행이다.

돌잔치는 집에서 하는 오전 행사와 레스토랑에서 하는 오후 행사로 나누어진다. 오전 행사는 가족끼리 집에서 치른다. 돌잔치 시간은 아들이냐 딸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들은 늦게 결혼하라는 의미로 11, 12시나 그 이후에, 딸은 일찍 결혼하라는 의미로 10시나 그 이전에 치른다. 또 가능한 많은 사람을 초대해 많은 음식을 대접해야 아이가 복을 받는다고 생각해 부모는 최대한 많은 손님을 초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가정집에는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제한되므로 오전 행사에는 친척만 초대하고 오후 행사에는 친적, 친구, 이웃, 직장 동료 등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초대한다.

오후 행사는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성대하게 치르는데 어른을 위한 행사라 해도 무관하다. 오후 행사를 위해 아이가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들어오면 모두 일어서서 손뼉을 치고 양가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축하의 말을 하는데 친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외가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먼저 한다. 그다음에 가까운 친척이 축하의 말을 건네고 곧이어 각종 놀이와 축하 공연이 이어진다.

고려인들은 일생에 세 번 잔칫상을 받으며 잔칫상은 잘 차려야 하고 널리 나누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중 하나가 돌상이다. 돌상에 필수적인 음식으로는 찰떡, 증편, 가주리, 배고자가 있다. 배고자는 한국 음식 중 만두와 비슷한데 재료에 따라 쌀 배고자, 녹말 배고자, 가루 배고자로 나누어진다. 돌상에 놓는 음식은 지역과 경제 수준에 상관없이 거의 일반화되어 있다. 오늘날에는 바나나, 귤 같은 수입 과일을 올리기도 한다.

돌잡이 행사는 오전에 집에서 치른다. 아이가 앉을 곳은 미리 흰 천으로 장식하고 떡, 고기와 생선 요리, 과일 등의 음식을 차려 놓는다. 아이의 미래를 점치는 돌잡이 행사를 위해 여러 물건을 돌상 위에 비치하는데 아들이냐 딸이냐에 따라 물건의 종류가 약간 달라진다. 남자아이의 경우에는 쌀·돈·책·활·장도·흰실타래·대추·국수·떡 등을, 여자아이의 경우에는 쌀·돈·책·연필·바늘·인두·가위·잣대·흰실타래·대추·국수·떡 등을 놓아둔다. 아이가 첫 번째와 두 번째 집는 것으로 그 아이의 성격·재질·수명·재복·장래성을 점친다. 아이가 쌀이나 돈을 잡으면 부자가 될 것이고 적두를 잡으면 건강하게 자랄 것이며 책·공책·연필을 잡으면 학자가 될 것이고, 활을 잡으면 군인이 될 것이며, 흰실타래를 잡으면 장수할 것이고, 가위를 잡으면 손재주가 뛰어날 것이라고 여긴다. 요즘은 시대의 분위기에 맞게 핸드폰, 청진기, 컴퓨터 마우스 등을 올려놓는데 아이가 핸드폰을 잡으면 유명한 가수가 될 것이고, 청진기를 잡으면 뛰어난 의사가 될 것이라고 여긴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아이의 부모에게 부조하는데 주로 돌 반지나 축의금이다. 아이의 돌잡이 행사가 끝나면 돌잔치에 참석한 하객이 차례대로 아이에게 축하 인사와 선물을 건네고 오후 레스토랑에 진행될 행사를 위해 모두 떠난다.

한인들은 지금도 돌잔치를 기념하지만 내용 면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다. 먼저 돌잡이 때 전통적으로 올려놓았던 물건 외에 현대 직업의 다양화에 따라 핸드폰, 청진기, 컴퓨터 마우스 등을 올려놓는다. 돌상 음식에도 과거에는 금기시되었던 바나나, 귤 등을 올려놓기도 한다. 돌맞이 아이의 의상도 한국과의 교류가 긴밀해짐에 따라 한국산 한복을 선호한다.

참고문헌
  • 임영상,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의 전통 명절과 문화 콘텐츠: '단오'축제를 중심으로」(『재외한인연구』20, 재외한인학회, 2009)
  • 안상경·이병조, 「독립국가연합 고려인 공동체의 한민족 민속문화 전승 연구: 우즈베키스탄 타시켄트 주 고려인 콜호즈의 민속 문화를 중심으로」(『슬라브연구』29-1,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2013)
  • Ким Сын-Хва, 『Очерки по истории советских корейцев』(Алма-Ата: Наука, 1965)
  • Петров А. И., 『Корейская диаспора на Дальнем Востоке России. 60-90-е годы XIX века』(Владивосток,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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