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문화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CIS  
시대 근대/개항기|근대/일제 강점기|현대/현대
상세정보
정의

CIS에 거주하는 고려인 사이에 전해 오는 고유한 혼례 문화.

개설

혼례는 모든 민족에게 중요한 의식이다. 따라서 혼례에는 그 민족의 고유한 특성이 드러난다. 러시아 이주 초기에는 혼기가 차면 부모가 정해 주는 상대와 혼인을 하였으나 현대에 와서는 배우자를 스스로 선택한다. 동성동본과의 결혼을 금하는 것과 같이 예전의 전통이 남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고려인의 결혼 문화는 러시아 풍습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고려인들의 결혼은 보통 혼세말이-잔치-결혼식-결혼식 이후 단계를 걸쳐 진행된다.

혼세말이

혼세말이는 신랑 측에서 신부 측에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중매를 보내는 단계이다. 이 과정을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은 ‘혼삿말 할라 가따’ 또는 ‘허락 쩰라 가따’라고 표현한다. 혼삿말은 일반적으로 신랑의 아버지와 친지들이 홀수로 신부의 집을 방문하는 것으로 진행되는데 신랑의 어머니는 동행하지 않는다. 이때 신랑의 아버지와 친지들을 ‘우시꾼’이라 부른다. 만일 신랑의 아버지가 갈 수 없다면 아버지 쪽 친척 중 최고 연장자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혼삿말 단계에서 양가는 잔치일과 결혼식 날짜, 결혼식 진행 방법, 혼인 신고일 등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낸다.

잔치

고려인들은 보통 결혼식 날짜에 앞서 잔치를 치뤘으나 현대에는 잔치를 생략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잔치를 위해 신랑은 신부와 그 친지를 위한 선물을 마련해야 한다. 선물은 일반적으로 옷감, 스카프, 시계, 양복, 셔츠, 넥타이 등이다. 혼례 전 잔치를 신랑 측에서 전담하여 진행하면 신부 측은 그에 상응하는 답례를 해야 한다. 잔치 다음 날 신부는 잔치에 참석했던 신랑 측 친척들에게 선물을 나눠 준다. 이때 빠뜨리는 사람이 없도록 양가 친척 목록을 작성해 두기도 한다.

결혼식

고려인들의 결혼식은 신부 측과 신랑 측에서 각각 식을 올리기도 하고 양가 합의 하에 한 곳에서 치르기도 한다. 양가가 각각 결혼식을 치르기로 결정하면 먼저 신부 측에서 오전부터 오후 1~2시까지 결혼식을 진행하고 이후 신랑 집으로 이동하여 결혼식을 진행한다. 신랑이 다른 도시나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면 신부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신랑의 집으로 이동하는데 신혼여행은 가지 않는다.

신부의 결혼식에서는 러시아의 결혼 풍습이 많이 엿보인다. 신랑은 신부를 데려가기 위해 두 가지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우선 신부의 친척들은 결혼식에 앞서 신부에게 가려는 신랑을 막아서서 방해한다. 신랑은 신부와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신부의 친지들에게 약간의 돈이나 샴페인, 선물 등을 내놓아야 한다. 신랑의 친구들에게 함을 사기 위해 신부 측에서 돈을 지불해야 하는 한국 풍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 의식을 통과하면 신랑은 신부의 친구들을 만나 신부 친구의 이름이나 신부의 필체, 취향 등에 대한 스무고개를 진행해야 한다. 문제를 맞추지 못하면 신랑이 내놓아야 할 돈은 더 커지고 선물도 더 비싼 것을 내놓아야 한다. 이 난관을 무사히 통과한 신랑은 신부의 방에 들어가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신부와 함께 대기할 수 있다. 신랑 신부는 결혼식장에서 혼례상에 앉아 식을 진행한다. 이는 러시아 전통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결혼식이 끝나면 신랑 신부는 신부의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예물을 들고 신랑의 집으로 떠난다. 예물의 마지막 물건은 담요에 싼 신부의 거울이다. 거울은 순결을 상징한다. 신부의 친척들도 신랑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신랑 신부와 함께 떠난다. 신부의 부모는 가지 않는다.

신부가 신랑의 집에 도착하면 신랑의 친지들은 쌀자루에서 쌀을 꺼내 신부의 앞길에 뿌린다. 신부는 반드시 쌀길을 따라 걸어가야 한다. 이는 가정에 부(富)가 넘치기를 바라는 신부 측 친지들의 바람을 담은 의식이다. 신랑의 어머니는 신부의 친지들로부터 거울을 예물로 전달받는다.

합동 결혼식은 보통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진행된다. 이 경우 결혼식 비용은 신랑 신부가 동등하게 부담한다. 결혼은 오후 5시에 시작하여 오후 11시에 끝난다.

결혼식에서 신랑은 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주로 짙은 색 양복을 입으며 신부는 서양식 드레스를 입는다.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장에 참석한 하객들의 옷차림은 다양하고 화려하다. 중년층 여자들과 노년층 여자들은 흰색바탕에 꽃무늬가 그려진 화려한 원피스를 입거나 흰색 또는 붉은색 블라우스에 치마를 입는다. 젊은 여자들의 옷차림은 훨씬 개방적이고 다양하다.

고려인들의 혼례상에는 일반적으로 당근채, 다시마채, 오이 무침, 명태 식해, 김치, 김치 전, 배추김치, 올리비에 등의 7~8 가지에 이르는 샐러드와 증편, 찰또기, 베고자 등의 6~8 가지에 이르는 밀가루 음식이 차려진다. 일반적으로 신랑 신부의 상은 하객의 상보다 풍성하다. 일반 하객들의 상에는 특별히 주문한 큰 케이크와 삶은 수탉이 추가된다. 수탉의 부리에 붉은 고추가 물려 있다. 수탉은 사랑과 다산을 상징하며 붉은 고추는 건강, 행운, 행복, 부를 의미한다.

결혼식 이후

전통적으로 고려인 신부는 신랑의 집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다른 가족들보다 먼저 일어나 집을 정돈하며 밥을 짓고 시래기국을 끓여 상을 차린다. 아침 식사 이후 잔치에 참석했던 신랑의 친척들이 집을 방문하면 친정에서 가져온 선물을 신랑 친척들에게 전달한다. 셋째 날 신부가 친정 부모를 잊지 말라는 표현으로 신랑, 신부 그리고 시부모는 신부의 친정 부모를 만날 수 있게 신부의 집으로 간다. 이를 ‘삼일’이라 부른다.

현황

현재 고려인들의 결혼관은 상당히 개방적이어서 남녀 모두 결혼 연령이 빨라지고 있고 젊은 세대일수록 고려인 이외의 민족과의 결혼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인과의 결혼에 많이 우호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자녀들의 결혼에 부모의 간섭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경향도 보인다. 이는 최근 들어 고려인들 간의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경제력이 비슷한 집안과 혼사를 치르려는 부모의 의도가 반영된 듯하다.

또한 혼세말이-잔치-예식의 절차를 간소화하여 그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신랑 측과 신부 측으로 나누어 두 번의 식을 올리는 본래 결혼 문화에서 벗어나 합동 결혼을 지향하는 젊은 세대도 늘어나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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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영삼, 「모스크바 고려인 3~4세대의 의식과 생활 문화」(『역사문화연구』13, 한국외국어대학교 역사문화연구소, 2000)
  • 김 게르만, 「알마티시 고려인들의 민족 간 결혼 문제」(『역사문화연구』14, 한국외국어대학교 역사문화연구소, 2001)
  • 김혜진, 「러시아 사료로 본 한인 이주민들의 생활: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자료를 중심으로」(『민족학연구』9, 한국민족학회, 2010)
  • 김 옐레나,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의 통과 의례에 관한 연구-혼인, 돌잔치, 장례식을 중심으로」(한국외국어대학교 석사 학위 논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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