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주박』

원어 항목명 ことばの呪縛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일본  
시대 현대/현대
상세정보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1972년
원어 항목명 ことばの呪縛
작가 김석범
정의

1972년 간행된 재일 한인 작가 김석범의 언어관과 문학관을 담은 평론집.

개설

『언어의 주박』은 대표적인 재일 한인 작가 김석범의 평론집이다. 김석범은 1970년대 초반 무렵부터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작품 활동을 전개했는데, 그런 과정 속에서 ‘조선인이 일본어로 글을 쓴다는 것’이라는 문제에 대해 깊이 천착해 간 것으로 보인다.

내용

『언어의 주박』에는 「언어와 자유」[1970. 9], 「왜 일본어로 쓰는가」[1971. 7], 「좌담회 일본어로 쓰는 것에 대하여」[1971. 11], 「‘재일 조선인 문학’의 확립은 가능한가」[1972. 2] 등의 글이 게재되어 있다. 그리고 언어와 민족의 불가분의 관계를 전제하고 모국어와 일본어의 위계 관계를 낳은 시대적 배경과 그 가운데 생산된 두 언어 사이의 역학 관계, 혹은 모순과 길항 관계 등에 대해 유사하게 접근하고 있다.

“내 안의 모국어가 내 안의 모국어가 아닌 것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석범은 모국어가 자신에게 좀처럼 체화되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었고, 오히려 일본어가 모국어를 훨씬 넘어서는 언어적 수단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일본이라는 국가와 민족을 전제한 일본의 언어 즉 ‘일본어’를 구사해야 했던 김석범은 일본어를 사용함과 동시에 자기 자신이 ‘일본’, ‘일본어’라는 범주 안에 포획되어 가는 것을 감지하고 그것을 ‘주박(呪縛)’이라고 표현했다. 주박이라는 다소 생소한 표현은 김석범의 언어적 환경을 적확하게 드러내는 단어이다. 주술적인 힘으로 개인의 언어를 포박하는 ‘언어의 주박’으로 인해 재일 조선인 김석범은 조선인이면서 언어적으로는 일본어 이데올로기에 단단히 묶여 버리고 만다. 언어의 주박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혹은 언어의 주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까. 김석범은 불평등하고 부자유스러운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방편으로 일본어나 모국어라는 틀 자체를 상대화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언어의 개별성에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보편성에 이르게 하는 문학적 상상력에 방점을 두고자 했던 것이다. 문학이 곧 자기 체험을 바탕으로 한 행위임을 감안할 때 양자를 매개하는 상상력은 결국 모국어나 일본어에 공통으로 내재하는 공통항이다. 재일 조선인이 일본어로 조선적인 것을 쓸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이 같은 문학적 상상력과 행위에 있으며, 이때 일본어로 쓰인 조선적인 것이란 일종의 문학적 허구, 상상력의 의거한 것이다. 이러한 문학적 보편성은 일본어의 주박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김석범이 자신의 문학을 ‘일본어 문학(日本語文學)’이라고 지칭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의의와 평가

『언어의 주박』은 재일 한인의 삶과 정신을 작품으로 형상화하여 일본어라는 주박을 상상력과 허구를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 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평론으로 손꼽힌다. 2022년 『언어의 굴레』라는 이름으로 한글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참고문헌
  • 이한정, 「김석범의 언어론: ‘일본어’로 쓴다는 것」(『일본학』42, 동국대학교 일본학연구소, 2016)
  • 金石範, 『ことばの呪縛: 「在日朝鮮人文学」と日本語』(筑摩書房, 1972)
  • 『언어의 굴레』(오은영 옮김, 보고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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