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 생활·민속/생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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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 음식물/음식물 |
지역 | 일본 |
시대 | 현대/현대 |
일본에서 재일 한인들이 고사, 신년 하례식 등의 의례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제물.
돼지머리는 한 해의 시작 또는 새로운 사업이나 일의 시작과 번창을 바라는 제사에 주로 사용되는 제물이다. 윷놀이에서 ‘도’는 돼지를 상징하는 동시에 시작을 의미한다. 돼지의 한자말 ‘돈(豚)’은 우리말 ‘돈’과 같은 소리 말이다. 그래서 제사를 지낼 때 돼지가 새끼를 많이 낳듯 많은 돈을 벌어 부귀영화를 누리기 바라는 마음으로 제사상에 돼지머리를 올린다. 일반적으로 돼지주둥이나 콧구멍, 양쪽 귓구멍에 지폐를 말아 꽂아 넣는다.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한인도 한민족의 오랜 풍습을 따라 제사 때에 돼지머리를 상에 올렸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당제(堂祭)에서 소를 제외하면 돼지는 최고의 제물이었다. 돼지를 마을에서 제물로 올릴 경우 대부분의 마을은 흰 털이 박히지 않은 ‘검은 수퇘지’를 고집한다. 흰 털이 조금이라도 박히면 부정(不淨)하다고 여긴다. 원래 조선 돼지의 색깔은 검기도 했지만 일체의 잡색(雜色)을 거부한다는 원칙이 있다. 특히 교미 경험이 없는 수퇘지를 써야만 한다. 돼지는 소의 경우와 달리 도살(屠殺)하는 과정에서 비명이 클수록 산신이 제물을 잘 받아서 먹는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돼지를 산에 끌고 올라가 산 채로 목을 따서 잡기도 한다.
돼지머리를 얻기 위한 도살 과정은 어느 지역이나 대체로 유사하다. 먼저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손도끼를 이용해 돼지의 머리를 가격한 후, 목을 칼로 찔러 세숫대야에 피를 받는다. 세숫대야에 받은 피는 제의에는 사용하지 않고 제관들이 음복할 때 먹는다. 돼지의 숨이 완전히 끊어지면 뜨거운 물을 돼지에 부어 하얀 살결이 드러나도록 깨끗하게 털을 깎는다. 털을 깎은 돼지는 배를 칼로 갈라 내장을 끄집어낸 뒤 머리부터 칼과 도끼로 떼어 낸다. 돼지를 도살하는 동안에는 필요한 말 이외에는 일절 하지 않는다. 어떤 마을의 경우 돼지머리만 제물로 쓸 때에는 식칼을 돼지의 이마 부위에 꽂아 놓기도 한다.
1933년에 발행된 『아사히클럽』의 기사에 따르면, 이카이노[猪飼野][일본 오사카부(大阪府) 오사카시(大阪市) 이쿠노구(生野區)에 있던 옛 동네의 지명] 조선 시장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그들의 애호식품’을 구하러 온 조선인들이 1만 명에 가까웠다고 한다. 여기서 ‘애호식품’이란 돼지머리를 비롯하여, 소 내장, 가오리 등과 같은 음식이었다. 재일 한인에게도 돼지머리는 무속 의례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제물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