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인 인종차별

한자 美國-韓人人種差別
분야 정치·경제·사회/사회·복지
유형 개념 용어(세계)/개념 용어(개관)
지역 미국  
시대 현대/현대
상세정보
정의

미국에서 일어난 한인과 관련된 인종차별.

개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의 이민자로 구성된 국가이지만 백인 중심의 사회체제로 인하여 인종차별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인종 간의 갈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인종차별은 대부분 백인과 흑인 사이의 갈등으로 표출되는 양상이지만, 백인 사회에서도 영국계 백인[WASP]과 비영국계 백인을 구분짓는 차별이 존재하며, 흑인 사회에서도 미국 출신 흑인과 이민자 흑인 사이의 갈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유대계 미국인, 히스패닉계 미국인[라티노], 아시아계 미국인이 섞이면서 미국의 인종차별은 흑백 갈등에서 다인종·다문화 갈등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인과 관련한 인종차별을 살펴보면, 아시아계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진 사례들과 문화적·환경적 차이에 기인하여 일어난 차별 사례, 다른 인종 간의 갈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된 사례들이 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시간 순서에 따라 간략하게 다루고자 한다.

흑백 갈등이 흑황 갈등으로 다면화된 4.29

첫 번째 사례는 1992년 캘리포니아(California)주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한국에는 LA폭동[LA Riot]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 사건의 명칭은 4.29(사이구)로 불린다. 이것은 피해자 입장에서 LA폭동이라고 부르거나 흑인의 입장에서 LA봉기[LA Uprising]로 부르는 것을 지양하고 가치중립적으로 사건을 언급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1992년 4월 29일에 발생한 이 사건은 5월 3일에 진정되었다. 경찰은 사건 진화를 위해 4월 30일 오후 6시부터 5월 3일 새벽 5시까지 통행금지를 실시하였으며, 이 기간 동안 체포된 인종이 라틴계 45.2%, 흑인 41%, 백인 11.5% 등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역사상 최초의 다인종 폭동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사망자 53명, 부상자 4,000여 명의 인명 피해와 약 7억 5000만 달러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사우스 센트럴(South Central)이며, 이곳에서 전소된 전체 업소 가운데 약 50%가 한인 소유였다.

4.29의 발단이 된 것은 1991년 흑인 로드니 글렌 킹(Rodney Glen King)을 집단 폭행한 백인 경찰이 무죄로 풀려난 1992년 4월 29일의 재판이다. 그런데 한인이 흑인들의 주요 대상이 된 것은, 당시 언론에서 1991년에 있었던 ‘두순자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흑백 갈등이 흑황 갈등 양상으로 다면화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리고 당시 경찰은 폭력시위로 과열된 양상을 띠자 백인 거주지역인 웨스트우드(Westwood)와 베벌리힐스(Beverly Hills)를 중심으로 배치되고, 흑인 거주지역과 밀접한 한인 거주지역과 상가 구역 등 다른 지역에는 배치되지 않았다. 한인 사회는 공권력의 보호를 받지 못하자 자체적으로 방어에 나서야 하였다. 이 사건은 한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소수민족’으로 새로운 자각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한인 청과업자와 히스패닉 노동자 간의 노사분규

두 번째 사례는 한인과 히스패닉의 갈등이다. 법적인 문제로 드러난 사례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에 발생한 뉴욕(New York) 한인 청과업자와 히스패닉 노동자의 노사분규이다. 이 일은 2002년 뉴욕주 검찰청의 중재로 ‘청과행동지침’과 노동법 세미나를 실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청과업자뿐만 아니라 식품점, 식당, 카페, 봉제업 등과 같은 단순노동에 기초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일부 한인들은 불법체류 한인과 히스패닉 등의 소수민족을 고용하여 노동착취 및 인권유린을 하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은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에 정착할 당시 노동시장에 처한 불리한 조건을 자영업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다.

코로나19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 증가

세 번째 사례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이다. 문화적 차이로 인한 인종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은 일상에서 수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최근 범죄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2020년에 설립된 증오범죄 신고 사이트인 ‘STOP AAPI HATE’에 따르면, 2020년 3월 19일부터 2021년 6월 30일까지 9,081건이 접수되었으며, 2020년에 4,548건, 2021년에 4,533건으로 나타난다. 2020년보다 2021년이 짧은 신고 기간에도 불구하고 2020년과 거의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어 증오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종별로는 중국계[43.5%], 한국계[16.8%], 필리핀계[9.1%], 일본계[8.6%], 베트남계[8.2%] 순이며, 중국계에 이어 한인이 두 번째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 아시아 이민자 수가 많은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에서 신고가 가장 많았으며, 워싱턴(Washington), 텍사스(Texas), 일리노이(Illinois),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 플로리다(Florida), 뉴저지(New Jersey), 메릴랜드(Maryland), 버지니아(Virginia), 미네소타(Minnesota), 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 오하이오(Ohio), 콜로라도(Colorado), 오리건(Oregon), 애리조나(Arizona), 미시간(Michigan),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주 순으로 나타났다.

증오범죄와 차별 유형은 언어폭력, 왕따, 신체적 폭행, 기침 및 침 뱉기, 온라인 괴롭힘, 건물 출입 금지, 시민권 침해[직장 내 차별, 서비스 거부, 대중교통 이용 거부], 반달리즘(vandalism) 및 낙서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범죄로 성립되지 않는 언어폭력과 왕따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신체적 폭행, 기침 및 침 뱉기, 온라인 괴롭힘, 직장 내 차별, 건물 출입 금지, 반달리즘 및 낙서, 대중교통 이용 거부 등의 순으로 일어나고 있다. 특이한 점은 2020년에 비해 2021년에 언어폭력과 왕따는 줄어든 반면에 범죄로 구분될 수 있는 다른 행위는 증가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범죄 행위 중 주목되는 것이 2021년 3월 19일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로버트 에런 롱(Robert Aaron Long)에 의해 총 8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 중 6명이 아시아계이며, 그 가운데 한인이 4명이었다. 이 사건 발생 직후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비미국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였으며, 미국 정치권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증오 확산을 규탄하고 나섰다. 그 결과 5월 20일에 이러한 증오범죄에 대응하는 「코로나19 증오범죄 방지법(COVID-19 Hate Crime Act)」과 「자바라헤이어 증오 반대법(Jabara-Heyer NO HATE Act)」이 발효되기도 하였다.

참고문헌
  • 김미경, 「“여기는 우리가 꿈꾸던 미국이 아닌데…” 대 “당신들이 우리를 경멸하고 있어”」(『한국 문화인류학』34, 한국문화인류학회, 2001)
  • 김현희, 「뉴욕 한인 청과업자의 법의식; 한인, 라티노 노사분규를 중심으로」(『한국 문화인류학』46, 한국문화인류학회, 2013)
  • 이찬행, 「Korean Americans' Responses to John's Liquor Store Boycott in Los Angeles, 1991」(『역사와 담론』83, 호서사학회, 2017)
  • 「중국 탓? 미국서 한국인들이 범죄 표적된 진짜 이유」(『OhmyNews』, 2021. 3. 26.)
  • 「“아시안 증오범죄 주 가해자는 흑인?”…미 주류사회의 이중적 인종주의」(『프레시안』, 2021. 4. 6.)
  • 「바이든 “더는 차별 안돼”…아시아계 형평성 증진 행정명령」(『연합뉴스』, 2021. 5. 30.)
  • STOP AAPI HATE(https://stopaapihat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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