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비 전승

한자 口碑 傳承
영문 Folklore
중문 口传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지역 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  
시대 현대/현대
상세정보
성격 구비 문학
정의

조선족 고유의 풍격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문예 가운데 문자로 기록되지 않고 말로 전해져 내려온 문화 유산.

개괄

구비 전승은 조선족이 역사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 조선족의 고유한 민족 풍격에 기초하고 있다. 조선족은 예로부터 흥이 많고 정의로우며 불굴의 의지가 강한 민족이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역경에 맞서 싸우며 중국에 정착한 것이 조선족이다. 조선족은 고유의 예술성을 발휘하여 기쁠 때나 슬플 때 스스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춤과 노래, 이야기를 창조하여 대대로 전승해 왔다. 조선족의 구비 전승은 한반도로부터 이주하여 정착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이주 민족으로서의 특성을 예술적으로 표출한 문예인 것이다.

형성

조선족의 구비 전승은 조선족의 삶을 위로하기도 하고 조선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시켜주기도 하였다. 조선족의 문화는 한반도에 기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살아가야 하므로 한반도의 것을 온전하게 주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선족의 위치는 한반도의 문화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에 적합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내게 했다.

조선족의 구비 전승은 이러한 조선족의 특성이 반영되어 한반도로부터 전래한 부분과 중국에서 새롭게 창조된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이 두 부분이 어우러지며 장구한 세월 동안 이야기, 노래, 공연의 부문에서 다양한 장르가 전승되어 왔다.

장르별 특징

1. 신화(神話)

신화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학 형태로 인간 세상, 인간, 국가, 씨족, 산천 등의 기원을 해명하는 문학이다. 조선 민족의 신화는 신(神)이 그대로 인격화하거나, 동물, 알 등 자연물의 형태로 인간 세계로 내려오고 있다. 단군 신화, 주몽 신화, 혁거세 신화, 수로왕 신화 등은 대표적인 신화이다. 이들 신화는 대대로 구전되어 오다가 봉건시기에 들어서며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삼국 사기(三國史記)』, 『삼국 유사(三國遺事)』, 『제왕 운기(帝王韻紀)』 등의 역사서에 기록된다. 이들 신화에는 고대(古代)의 정치 이념과 함께 대중들의 생활 이념이 예술적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조선족의 신화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단군 신화〉이다. 〈단군 신화〉는 고조선의 건국 신화로 단군의 탄생담을 그린 것이다. 신화의 내용 가운데 환웅이 자신의 아들인 단군에게 왕위를 물려준다는 점에서 고조선이 부계 중심의 계급제 사회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왕실의 혈통이 하늘신에게서 비롯한다는 점에서 하늘을 숭배함을 알 수 있다. 하늘신의 혈통과 곰이 결합한다는 점에서 정령 사상도 찾을 수 있으며, 〈단군 신화〉는 조선 민족의 기원을 곰과 연관 짓는다는 점에서 토템 사상도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특히 곰 토템은 조선 민족 고유의 신앙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조선족의 신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알의 형태로 신이 세상에 내려온다는 설정이다. 고구려를 세운 고주몽(高朱蒙), 신라의 김알지(金閼智), 신라의 박혁거세(朴赫居世) 등은 모두 알에서 태어난다. 한반도의 모든 건국 신화에서 영웅은 알의 형태로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백두산[장백산]을 비롯한 산하(山河)가 거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신화도 있다. 이러한 신화는 모두 자연과 사회에 대한 조선족의 인식 속에서 현실주의적인 요소와 낭만주의적인 요소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라고 하겠다.

2. 전설(傳說)

조선족들 사이에 구전되는 설화 중 풍물과 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 이들을 전설이라 한다. 전설은 실재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믿어지는 역사적인 사건, 현존하는 자연과 풍습, 문화 유물 등과 결부되어 있다. 특히 자연 풍물에 관한 전설과 항일 전쟁, 그리고 이주와 관계한 전설은 조선족의 전설이 갖는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조선족이 이주한 지역은 수 백 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던 곳이었다. 그러한 곳을 개척하여 정착하는 과정에서 조선족은 지역에 대한 애착을 전설의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땅에 대해 조선족이 산, 강, 마을들의 유래를 해명하며 전설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일제 강점기에 이주한 조선족들은 항일 전쟁과 관련한 지명들을 만들어낸다. 항일 전쟁은 조선족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일제의 탄압을 피해 이주한 조선족들이기에 항일 전쟁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항일 전쟁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항일 열사들의 투쟁과 조선족들의 의거는 많은 항일 전설을 만들어 내게 된다. 항일 전설에서는 제국주의와의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당시 조선족들의 희망찬 신념이 여실히 드러난다. 조선족들이 이주하여 정착하는 과정은 또 다른 투쟁의 연속이었다. 새롭게 논농사를 짓기 위해 자연 재해에 맞서야 했고, 조선족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지방 토호들의 수탈에 맞서야 했다. 이주와 관련한 전설들은 이러한 조선족의 투쟁을 사실적으로 전하고 있다. 종합하면 조선족의 전설은 불굴의 의지와 희망을 갖고 역경을 이겨낸 조선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문학이다.

3. 민담(民譚)

조선족의 설화 중 실재하는 것과 관계없이 이야기로만 전하는 것들을 민담이라 한다. 민담은 재미있는 이야기로써 실재 증거와는 관련 없이 사람들 사이에서 있었을 법한, 혹은 겪었을 법한 사건을 다룬다. 민담은 구전 설화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예술적 성과도 가장 뚜렷하다. 연변황구연, 심양의 김덕순 등 걸출한 구연가들이 지금까지 5천여 편을 구술하였으며, 현재도 활동하는 철령의 박병대 등도 활발한 전승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민담은 환상적 민담, 생활 민담, 풍자적 민담, 소화(笑話) 등 여러가지 형태가 있으나, 이중 환상적 민담과 생활 민담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이들 민담은 조선족의 고유한 특성을 잘 보여준다. 우선 조선족 선조들의 자연 숭배 사상을 보여준다. 둘째, 조상들의 생활과 지향에 대한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권선징악의 교훈이나 어진 마음에 대한 찬양, 인간 사이의 도리를 인식시키는 것이다. 셋째, 생동하는 줄거리로 효행을 권장한다. 효행은 한민족의 고유한 미풍양속으로 중국으로 이주한 이후에도 꾸준히 지켜지던 덕목이었다. 효행을 권장하고 실행하는 것은 조선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과 다름없는 것이었다. 넷째, 중국으로의 이주와 정착에 관한 것이 있다. 정치, 문화, 농경 생활, 한족(漢族)과의 통혼(通婚) 및 문자 교류, 습속(習俗) 등 조선족의 역사를 반영하며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민담은 양적, 질적으로 풍부하며, 생활의 광범위한 부분에 관계하고 있다. 조선족만의 독특한 역사 특색으로 선명한 지방 특색과 다채로운 예술성을 드러내는 문화 유산인 것이다.

4. 속담(俗談)

속담은 짧은 언어 표현으로 지혜와 교훈을 전하는 구비 문학의 한 종류다. 조선족의 속담은 한반도와 공통하는 형식에 조선족의 역사 속에서 터득한 지혜와 교훈을 담고 있다. 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구별할 수 있는데, 사회주의 사회 건설에 대한 의지와 희망이 나타나는 것과 노동을 중시하는 것이 그것이다. 조선족들은 속담을 통해 반동 계급과 제국주의자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공유하는 한편 실천을 독려하였다. 이와 함께 농사를 짓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속담은 사회주의 사회 건설과 노동이라는 조선족의 역사를 형성한 두 요인에 대한 민중들의 인식과 사색의 결과라고 하겠다.

5. 전통 민요

전통 민요는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민중들의 생산 현장에서 늘 함께 했다. 민요는 생산 활동의 욕구를 증대시켰으며, 민중들의 정서를 함양시켰다. 곡조와 어우러진 가사는 민중들의 영민한 현실 인식과 역사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껏 고양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활발하게 전개된 민요 수집 사업의 결과 동북 3성 지역에 전하는 방대한 양의 민요를 수집할 수 있었다.

민요는 기능과 내용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나, 노동요, 의식요, 서정요, 세태요, 애정요 등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노동 가요다. 특히 동북 지역에서 처음으로 논농사를 시작하였기에 논농사와 관련한 민요가 방대한 양으로 전하고 있다. 모찌기, 모내기, 모심기 등 노동 과정에 따라 구별되어 불려진 노래들이 지금도 150여 편 이상이 전한다. 노동요 중 여성들의 노래도 중요하다. 가내 노동에 힘썼던 부녀자들의 노래에는 노동에 대한 긍지와 기쁨이 담겨있는 동시에 구체적인 도구와 행위에 관해 시적 형상화가 이루어져 있다.

의식요로는 민간 무속에서 불려진 것을 비롯해서 민속 놀이, 장례식 등에서 불려진 것들이 있다. 특히 무속에서 불려진 것들에는 악덕 세력에 대한 증오와 평화에 대한 옹호가 잘 구가되어 있다.

서정요는 민중들의 예술적 정서를 표출하는 것들이고, 그 중에서 애정요는 남녀간의 진솔한 사랑을 노래한 것들이다.

세태요는 민요가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세태요는 봉건 질서의 부조리함에서 발생하는 인간에 대한 억압과 갈등을 생동감 있게 예술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생활적인 고통을 다양한 형식으로 노래한 시집살이요가 대표적인 세태요로 꼽힌다. 시집살이요를 부르면서 여성들은 삶의 질곡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지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6. 항일 가요(抗日歌謠)

전통적인 민요와 함께 조선족의 노래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장르다. 항일 가요는 조선족의 운명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일제 강점기에 중국으로 이주한 조선족 중에는 일제의 탄압을 피해 조국을 떠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와 함께 일제의 감언이설에 속아 중국으로 이주한 농민들도 상당수 있다. 또한 일제가 만주를 침범하여 괴뢰국(傀儡國)을 세우면서 동북 지역의 조선족들은 일제의 수탈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조선족은 중국 공산당과 함께 일제에 대한 투쟁에 앞장섰다. 동북 지역의 항일 혁명 열사 중 조선족이 대부분이라는 점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항일가요는 일제에 대한 무장 투쟁의 과정에서 항일 혁명 열사들의 투쟁을 독려하고, 일제에 대한 민중들의 증오를 북돋는 역할을 하였다.

7. 판소리

조선족의 공연물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서 조선족들의 삶의 국면마다 흥을 돋우기도 하고, 올바른 삶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판소리다. 판소리는 음악, 문학, 표현이 하나로 융합한 공연물이다. 초기 판소리는 12마당이었으나, 전승되는 과정에서 현재는 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수궁가, 적벽가 등 다섯 마당이 전하고 있다. 판소리 전승은 연변대학을 중심으로 전문적인 소리꾼을 양성하는 계통과 철령의 민간 소리꾼에 의한 전승계통으로 이뤄지고 있다.

판소리는 원래 야회(野會), 연회(宴會), 명절, 잔치 등에서 공연되던 것이었으나, 항일 전쟁 시기를 지나면서 전투 지역에서 공연하는 것을 생업으로 삼는 소리꾼을 통해 불려졌다. 개인적으로 이뤄지던 공연이 20세기 중엽 이후로는 무대 공연으로 연출되었고, 〈연변 가무단〉과 같은 단체의 주요 공연물이 되었다.

공연 내용은 전통적인 다섯 마당도 있지만, 〈공명가(孔明歌)〉와 같이 중국 전통 이야기에서 취재된 것과 새로운 시대의 현실 생활이 반영된 단편도 있다. 현실에 맞게 공연 내용이 바뀌어서 한 사람이 한 명의 고수와 공연하던 형식에서 두 세 명의 소리꾼이 함께 공연하는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상의 변화는 연변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조선족 문화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중국 문화의 영향을 수용한 결과라고 하겠다.

참고문헌
  • 장덕순 외, 『구비 문학 개설』(일조각, 1971)
  • 임범송·권철, 『조선족문학연구』(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1989)
  • 김선풍, 『조선족 구비 문학 총서』(민속원, 1991)
  • 김선풍 외, 『재중 교포의 무형 문화재』(국립 문화재 연구소, 2003)
  • 王文章 주편, 『非物質文化遺産槪論』(교육 과학 출판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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